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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호야의 영국 생활 - 프롤로그 1 : 시작은 이랬다.


영국 캠브리지 캐슬 마운드 에서



2013년 가을. 엉거와 난 갑자기 떠나기로 결심 했다. 그 후 우린 떠나는 날만 바라보며 살아가게 되었다. 회사는 그만둘 날을 세면서 다녔고, 필요한 물건은 빌려서 쓰고 사지 않았다. 어차피 가져갈 수 없고 남겨도 짐만 되니까. 차도 팔아야 하니 사소한 수리는 그냥 넘기며 대충 탔었고, 집도  문제가 생겨도 계속 살 집이 아니란 생각에 불편함이 없어졌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데 그때는 아침에 눈을 뜨면 다른 하루를 사는 것 같았다. 아마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 아니었을까?  


2013 8월 군산 여행중평범했던 일상 - 2013년 8월 군산 여행중


막상 떠나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기로 했다. 돌아올 날짜도 없었고 당연히 뭘 할지 계획도 없었다.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하면 어쩌다 그랬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떠나기 전 주변 정리가 오래 걸렸지 결정은 매우 빨랐다. 2013년 8월만 해도 우리가 어딜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 후 4달 만에 엉거와 나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 그건 해외 어학 연수. 돈은 전세금 빼서 해결 하기로 했고, 어디로 갈지는 그때부터 찾기 시작 했다. 그게 결혼 후 1년이 되기 전이었다.


2013 8월 시티브레이크 콘서트이때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다 - 2013년 8월 메탈리카와 뮤즈 공연중



걱정도 많았다. 막상 일이 착착 진행되면서 앞으로 벌어질 현실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다시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고, 돈이 어디서 뽕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살날은 많으니 말이다. 친구들은 애가 벌써 학교에 들어간다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난 애도 없었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코스를 생각하면 정말 걱정되는 삶이 아닌가? 삶의 짐이 너무 많아 쉽게 버리지 못할 나이가 되어 가고 있을 때 생전 안 해본 일을 하려니 걱정될 것이 한둘이겠는가. 어차피 남들이랑 다른 나지만 그것 만으로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나중에 돌아와서 살아갈 생각에 문득 지금 나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단 생각과 가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씩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척 좋아하는 일본 만화 영화 "바다가 들린다"의 마쓰노 유타카(松野 豊) 처음 생각해 봤습니다. 훗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 후회가 된 다면 그땐 갈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근데 더욱 확실히 결정한 건 내가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초반 무리하게 놀로 부터 간 학신보 프로젝트 팀들 -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상연구소에서 처음 회사를 옮기고 개발일을 할 때다. 학자금 신용 보증기금 (줄여서 학신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당시 듣기론 다른 프로젝트 소스를 기반으로 짧은 시간에 완성해야 하는 일정이 빡빡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그때 PM을 하고 계신 한 부장님이 말하길 지금 일정을 봐서는 나중엔 우리가 워크숍을 갈 수 없을 것이 확실하니 지금 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고는 팀원들을 이끌고 휘닉스파크에 스키를 타러 가는 것이 아닌가!! 돈도 나중엔 쓰기 힘드니 지금 싹 끌어당겨 써야 한다고 하며 워크숍 비용을 마련했다. 하아~ 이때를 생각 하니 갑자기 마음이 편해 졌다. 그래 나중에 난 지금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똑같을 수도 없고 더 나빠질지도 몰라. 그러니까 난 지금 가야 해 결론이 났다. 잘했다.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호야와 엉거의 영국 생활이다.